중학교 2학년 A 군은 어느 날 학교 뒤편으로 불려갔다. 몇 명의 선배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선배들은 "예의가 없으니 참교육을 해주겠다"며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그것은 교육이 아니었다. 명백한 학교폭력이었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일부 가해 학생들이 '참교육'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내뱉는다. 친구를 괴롭히고, 따돌리고, 욕설을 퍼붓고, SNS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면서도 "잘못을 가르쳐 준 것"이라며 정당화한다. 그러나 교육은 상대를 성장시키는 과정이지 상처를 주는 행위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면서까지 이뤄지는 교육은 존재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왜곡된 '참교육'이 장난이나 훈계 수준을 넘어 심각한 범죄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드라마 '참교육'이 화제를 모으던 지난 5월, 충남 천안에서는 전혀 다른 현실의 잔혹한 폭력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적장애가 있는 중학생 B 군은 또래 학생 7명에게 끌려 나와 두 시간 넘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머리채를 잡아끌고, 얼굴을 때리고, 담뱃불로 신체를 지지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폭력이 이어졌다. 심지어 폭행을 주도한 학생은 자신이 촉법소년이라 처벌받지 않는다며 "신고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 폭행이 보복이었다는 점이다. B 군은 두 달 전 가해 학생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한 적이 있었다. 신고가 보호의 시작이 아니라 보복의 시작이 된 것이다.
청소년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에는 "선생님, 신고하면 더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요?"라고 묻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신고 이후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다.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오히려 신고를 두려워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돌아봐야 할 문제다.
고(故) 표예림 씨의 사례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동안 학교폭력을 당한 그는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본 뒤 용기를 내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가해자들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했지만 돌아온 것은 조롱과 2차 가해였고, 법과 제도는 그의 고통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는 결국 끝내 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현실의 피해자들은 자신의 삶을 걸고 싸워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곤 한다.
피해자가 스스로 세상에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현실은 우리에게 깊은 무력감과 분노를 안긴다. 드라마 '참교육'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은 이유는 단순한 오락적 재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즉시 책임을 지고, 피해자가 보호받는 장면은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통쾌함에 열광한 것은 어쩌면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에 대한 갈증의 표현일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와 다르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는 스스로 증거를 모으고,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며, 때로는 자신의 피해를 직접 입증해야 한다. 공적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사적 제재와 통쾌한 응징에 열광하게 된다. 그것은 정의가 살아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정의를 실현하는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청소년 상담 현장에서 봤을 때 위기에 처한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거창한 제도가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주고 끝까지 곁에 서 줄 어른 한 사람이다. "괜찮니?"라고 묻고,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어른 한 사람 말이다. 우리는 과연 피해를 당한 아이들에게 충분히 물었는가.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 기울였는가?
대중이 사적 제재에 열광하는 사회는 역설적으로 공적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해자가 피 흘리며 나서야만 정의가 움직이는 사회라면 그것은 이미 실패한 사회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사회는 드라마 속 영웅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가 아니다. 신고가 보복의 시작이 아니라 보호의 시작이 되는 사회, 피해 학생을 즉시 분리하고 전담 지원 인력이 끝까지 곁에 서는 사회, 피해자가 "살려 달라"고 외치기 전에 먼저 손을 내미는 사회여야 한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피해자의 상처는 결코 끝나지 않는다. 피해자가 자신의 상처를 증명하기 위해 세상 앞에 서지 않아도 되는 사회, 신고하는 순간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진짜 '참교육'이며, 국가와 공동체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책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