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을 소환해 본다. 필자는 2003년 9월 국내 청소년 지도자들과 일본 청소년시설 및 기관들을 방문했다. 일본의 알프스라 불리는 기후현 노리쿠라를 가는 길이다. 오른쪽으로 계곡을 끼고 얼마를 달렸는지 모른다. 그때 도로를 지나면서 봤던 것이 LED 신호등이었다. 밝은 신호등이 눈에 확 띄었다. 지금은 우리도 많이 설치돼 있지만 그때는 엄청 신기했었다. 그 후로 한참을 또 산으로 산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국립노리쿠라청년의집. 우리나라로 말하면 숙박이 가능한 청소년수련원이라 할 수 있는데, 해발 1,510m 고산지역에 위치한 곳이다. 더 이상 길이 없다. 도로의 끝이다. 여기까지 누가 올까? 허허 우리가 있었다.
-청소년들 유스호스텔 필요-
구글에 들어가서 주소를 입력하고 스트리트 뷰로 길을 따라 들어가 보는데 아 그 건물 그대로다. 그 시설의 페이스북을 들어가 보니 파란 하늘과 흰 눈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튜브를 타고 재밌게 놀고 있는 사진이다. 그다음 페이지를 봤더니 하늘은 온통 파랗고 나무, 건물, 땅이 모두 하얗다. 그 당시 말로만 들었던 내용을 지금은 사진으로 직접 볼 수 있다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참 좋은 세상이다. 번거로움 없이 이렇게도 가깝게 볼 수 있다니. 요 며칠 동안 노리쿠라는 눈 적설량이 65~75cm란다. 그야말로 눈 세상이다. 노리쿠라는 9월부터 눈이 오기 시작해 4월까지도 내린다. 영하 20도까지 내려가 고립되는 경우도 잦아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장비들과 제설장비 차량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른 아침. 몇 시인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 오전 6시이지 않았을까? 국기게양식이 있단다. 깃대가 4개인데 양쪽 끝으로 좀 작은 게 2개, 가운데에 2개. 지도자 1명과 청소년 4명이 나와 국기게양식을 하고 있다. 깃대 높이가 상당해서 가운데 깃대 2개에 청소년 2명씩 붙어서 국기와 기관기를 올린다. 국기게양식에는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참석한다. 국기게양식 후에는 함께 체조와 스트레칭을 한다. 이후엔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각 단체별 대표자들이 자신의 단체와 행사목적 등을 소개하며 상호 인사를 한다. 참여했던 단체들은 청소년들로 구성된 배구 동아리, 일본의 대표적 무술인 가라테 동호회, 책 동아리 등이 있었고, 혼자서 시험을 준비하는 청소년도 함께 하고 있었다. 세상의 끝에서 맞는 고요함과 적막의 시간이 흐르는 밤. 바닥에 누웠다. 눈을 감았다. 바람에 실려 오는 신선한 공기에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눈을 떠본다. 와! 밤하늘에 별들이 지천이다. 내 가슴으로 내 눈으로 별들이 쏟아진다. 이렇게 밝고 크다니, 세상을 나는 다 가졌다. 일본 지도자와 사우나를 하면서 즐거운 추억도 만들고, 여행의 긴장과 피로를 풀어 주면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행 청소년들이 숙박할 수 있는 청소년시설은 청소년수련원과 유스호스텔이다. 청소년수련원은 주로 학교나 단체의 수련활동을 하고 있고, 유스호스텔 또한 마찬가지로 개인이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고 단체가 주로 이용하고 있다. 개인이나 친구들끼리 숙박할 수 있는 유스호스텔을 찾기가 어렵다. 유스호스텔이 도심과 거리가 멀어 이동이 불편하고, 시설운영이 단체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탓이다. 학교 밖을 떠나 잠시 혼자만의 생각이 필요한 친구가 있을 수도 있고,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새로운 문화체험을 원하는 친구들에게 여행은 삶의 질과 행복을 선물해줄 수 있다. 여행 청소년들의 특별한 경험을 위해 노리쿠라청년의집처럼 청소년들이 개인이나 단체 구애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유스호스텔이 필요하다. 여행을 계획하는 청소년들은 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힌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안전한 잠자리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믿고 숙박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부모들의 걱정 또한 줄어들 것이다. 안전하고 편안한 시설의 유스호스텔이 필요한 이유다.
-신양파크호텔 활용방안 재고-
지난 2월 광주시가 신양파크호텔을 공유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쁜 마음에 신양파크호텔을 유스호스텔로 재활용해줄 것을 제안했는데 그 반응들을 살펴본다. 나이가 지긋한 것으로 생각되는 분은 ‘매일 연회원으로 사우나와 헬스를 했던 사람이다. 광주의 역사와 애환이 담긴 곳이 청소년들을 위한 유스호스텔로 재탄생한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고 했고, 또 한 분은 ‘청소년 활동공간이 부족한 광주에 무등산을 품은 신양파크호텔을 청소년 유스호스텔로 운영한다면 광주지역 청소년뿐만 아니라 전국의 청소년, 글로벌 청소년 활동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무등산 난개발을 막고 현재의 시설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재활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 그중에서도 청소년을 위한 유스호스텔이 없는 광주의 여건을 개선하는 데 그 활용가치는 충분히 있다. 무등산 자연생태 자원과 둘레길 등을 연계한 자연 친화적인 유스호스텔의 모습을 그려본다. 다른 상상력이 가능한 도시, 광주이기를 희망한다’고 우리의 꿈을 대변하는 분도 있었다. 신양파크호텔 재활용 방안을 재고해보자는 게 필자만의 고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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