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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3-23 18:50
성취 평가제로 등수 사라진 중학교 성적표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6,835  
성취 평가제로 등수 사라진 중학교 성적표 
무한 경쟁 교실 분위기 달라질까?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엄마들은 얼마 전 학기 말 성적표를 받고 의아했을 것이다.
이제까지 기재된 교과별 전체 석차가 사라졌기 때문. 올해 중학교 1학년부터 성취(절대) 평가제가 실시되면서 교과별 석차가 없어지고, 학생의 성취 수준에 따라 A~E로 표기된다.
내 성적이 다른 학생들의 점수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 없어지면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는 줄 거라는 기대도 있지만, 특목고나 자율고 중심의 고등학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내신이 무력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달라진 성적표,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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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1 딸의 성적표를 받아든 주부 김희정(가명·41)씨는 "중2인 언니는 아직도 전체 석차가 나오는데 동생은 석차가 안 나오니 좀 답답하다. 엄마들은 아무래도 우리 아이가 몇 등이나 했는지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등수가 없으니 우리 아이가 학년 전체에서 어느 정도 위치인지 무척 궁금했다. 그래도 학기 말에는 전체 평균이라도 나오니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었는데, 중간고사 때는 원점수만 나오니 도대체 얼마나 잘했는지 못했는지 모르겠더라"고 말한다. 그래도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확실히 덜 받는 것 같다. A만 나오면 잘했다고 생각해서 이 정도면 됐다고 하니까 엄마 입장에서는 애들이 나태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반면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순덕(가명·46)씨는 "개인적으로 절대평가에 찬성이다. 아무래도 석차가 나오면 '나는 몇 등인데 쟤는 몇 등'이라는 식으로 내가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떠나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게 된다. 지금은 원점수와 평균, 표준편차가 함께 나오니까 대충 자기 위치를 알 수 있다지만, 엄격하게 성취 평가제를 시행하려면 그냥 성취도만 나오는 게 취지에 더 맞을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내 성취 수준에 따라 성적이 결정된다
바뀐 중학교 1학년 성적표를 보면 이전과 달리 과목별 석차가 없어지고 대신 원점수와 평균, 표준편차가 기재되며, 과목 수강자 수 대비 본인의 성취도가 A~E 단계로 표시된다. 성취 평가제가 상대평가제와 다른 특징은 석차와 상관없이 교육과정상 성취해야 할 수준에 도달하면 모두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시험과 수행 평가 합계가 90점이 넘으면 모두 A학점을 받고, 80~89점까지는 B학점을 받는 방식이다.
종전 상대평가는 점수 대신 석차로 학생의 등급을 정해왔다. 내가 잘해도 더 잘한 친구들이 있으면 내 성적은 내려갈 수밖에 없으니 중학생 때부터 지나친 공부 압박에 시달리고, 친구들 사이에 노트도 빌려주지 않는 등 살벌한 교실 분위기를 만들어왔다는 부작용이 지적되곤 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발간한 <성취 평가제 운영 매뉴얼>에서도 '석차에 대한 학생들의 과도한 스트레스 유발, 급우 간 지나친 경쟁의식을 지양하고 창의·인성 교육의 기반을 갖추기 위해 성취 평가제를 도입했다'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과 송의열 장학관은 "사실 지금까지 중학교에서는 상대평가적 요소인 석차가 기재되었을 뿐, 기본적으로 절대평가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올해 1학년부터 종전 '수우미양가'로 표시되던 평가가 'ABCDE' 로 바뀌어 기재되고, 석차가 없어졌다고 보면 된다. 바뀐 성적표에서는 간접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도록 과목 평균과 표준편차를 기재한 점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1 충암중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종필 교사는"아직은 성취 평가제 도입 초기라서 특별히 달라진 점이 없지만, 안정화 시기에 접어들면 학교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대략 3%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1등급, 7% 안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2등급을 받는 등의 규정이 있었지만, 성취 평가제가 도입되면 100명 중 50명이 잘하면 다 A학점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수행 평가로 보고서를 정성껏 잘 써왔다면 A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대평가에서는 이 학생보다 잘 쓴 학생이 5명만 더 있어도 이 학생은 B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성취 평가에서는 남과 비교할 것 없이 자신만 잘하면 A학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는 얘기다.
박선영 교사도 "석차를 명기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아무래도 선생님들은 시험문제를 쉽게 낼 것이다. 그동안 변별력을 주기 위해 굳이 그 학년에 배우지 않아도 되는 심화 문제나 어려운 함정 문제를 출제하곤 했는데, 성취 평가제가 도입되면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수준에서 문제를 낼 것"이라며 학교 시험을 위해 어려운 선행 학습을 하거나 사교육에 의존하는 등의 문제도 어느 정도는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성취 수준에 적합한 다양한 학습 방법 기대
평가 방식이 바뀌면서 교육과정이나 수업 방식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수박씨닷컴 학습전략연구소 임승진 선임연구원은 "2009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의 창의, 인성을 높이기 위해 학생 중심의 수준별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절대평가 방식으로 학생들의 협동 학습과 토론, 연구 수업 등을 통해 수준별 맞춤 교육 환경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수행 평가나 서술형 평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종필 교사도 "수업 형태가 바뀔 여지가 충분하다. 이전에는 등급을 내기 위해 지필 평가 위주로 수업했다면, 지금부터는 학생들의 성취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교사들이 다양한 수업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내년 초면 잘된 학교의 사례나 수업 모델이 쏟아질 테니 수업 형태도 협력 학습이나 팀 프로젝트, 토론, 실험 등이 강조되는 분위기로 바뀔 것"으로 봤다.
특목고나 자율고만 혜택?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성취 평가제가 시행되면 내신의 불리함이 없어지면서 특목고나 자율고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자녀를 특목고에 보낼 생각이라는 이정임(45)씨는 "아무래도 특목고에 가면 진학 노하우도 있고 교육과정도 좋으니까 대학 가기 좋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내신 때문에 망설였는데, 절대평가를 한다니까 '우리 아이도…' 하면서 욕심을 내는 엄마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엄마들은 성취 평가제로 내신이 반영된다면 예전보다 낮은 점수로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특목고에서 난도가 다른 학교 시험의 결과를 어떻게 반영할지는 의구심을 드러낸다.
임승진 선임연구원은 "중학교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지원하려는 학생들이 증가할 것이므로 주춤하는 특목고, 자율고에 대한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성취 평가로 내신의 불리함이 사라지고, 대입 전형에 유리한 심화·전문 교과 이수, 통합적 사고력이나 논술에 대비하는 데 일반고보다 유리할 것이란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특목고와 자율고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내신 관리 외에 비교과 영역에 대한 준비도 착실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내신이 성취 평가제로 반영된다면 변별력이 없어져 2단계 자기 개발 계획서나 면접이 더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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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부풀리기, 고교 서열화 부작용 우려도
성취 평가의 대의에는 동의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성취 평가제 시행을 우려하는 입장도 있다. 이런 입장은 중학교 2학년생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14년부터 고등학교에도 성취 평가제가 적용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지적한다. 절대평가제는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시행된 제도다. 당시 학교에서 내신 부풀리기가 심각한 문제가 되면서 대학이 내신 성적을 불신하고 반영률을 줄이는 등 혼란이 있어 폐지됐다. 송의열 장학관은 "내신 부풀리기는 중학교보다 대입과 직결된 고등학교에서 더 큰 문제일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할 방안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평균과 표준편차를 병기해 난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한 방법이지만, 우선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조정해야 할 부분이다. 아직 교육청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제재할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승현 정책실장은 "상대평가가 교육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성취 평가의 도입은 당연한 개혁의 방향"이지만 "고등학교의 서열화 문제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절대평가제가 도입되면 그나마 내신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는 일반고의 지위가 더욱 악화되고, 특목고, 자사고 중심의 고교 서열화만 가속화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변별력을 상실한 내신으로 대학에서는 심화된 대학별 고사나 심층 면접 등으로 자의적 선발권을 행사하려 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규제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부작용은 줄이고 취지는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는 것은 물론, 최대의 관심사인 고입과 대입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 세밀한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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