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이가 그리는 마음의 집
지난 3월, 이른 아침부터 휴대폰의 벨소리가 정적을 깬다. “선생님! 아침부터 죄송해요. 어떡해요, 우리 서영(가명)이가 자해를 했나봐요. 침대 시트가 피로 난리에요.”. “어머니 진정하시고 빨리 119를 부르세요. 119요.”. 상황이 정리되고 병원 응급실에 있는 동안 얘기를 나눴다. 서영이는 자해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었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받은 약중 2봉지를 먹었는데도 진정이 되지 않아 자해를 하고, 약통에 있는 약을 손바닥 크기 정도로 모아서 먹었다고 한다. 자해를 하는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엄마는 많이 힘들어 하셨다고 한다. 엄마는 방 안의 커터칼을 수시로 숨기면서 자해를 못 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본인은 자해를 하지 않으면 진정이 되지 않는 데 그걸 몰라주고 엄마가 그냥 나쁘다고만 하셔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자해를 하고 나서는 피를 엄마가 볼까 봐 담배를 보관하는 통에 모아두고 때로는 피가 응고되어 젤리처럼 되었을 때 이것을 만지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서영이는 처음에는 커터칼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자해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었으나 나중에는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으로 자해 수준이 매우 심각했다.
우리는 병원 입원을 권했다. 그렇지만 서영이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를 다니면서 친구들도 만나고 좋았는데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안하다고 했다. “센터에서 잘 지내려고 노력을 했었어요. 상담과 약물치료 지원을 받으면서 많이 나아졌는데 그럴 때 선생님들이 밝아졌다고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어요. 그런 모습이 제 진짜 모습은 아니었거든요. 그런 모습을 늘 보이게 하는 것도 부담스러웠어요.”. 중학생 때 우울증과 불면증을 앓고 반에서 은따를 당하던 서영이는 학교를 잘 나가지 않고 늘 조퇴를 했다. 공부를 소홀히 하면서 학교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학교 선생님들과 매일 다퉜고. 그리고 얼마 후 학교를 그만뒀다. 자퇴를 하고 나서 집에서 공부를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얼마 가지 않아 공부를 포기했다. 혼자 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점점 갈수록 나태해지면서 밖에 나가기도 싫어지고 우울증이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담배의 맛을 알게 됐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손목을 그었고 틈만 나면 부모님과 싸웠다. “자퇴해서 하는 게 뭐냐고, 담배나 피우는 거냐고?” 그러다 상태는 더 심해져 공황 장애와 불면증, 자살시도까지 하게 됐다. 센터를 다니면서도 선생님들의 도움의 손길을 거부했다. 집에서 나가지 않자 체중이 20kg 넘게 늘었고, 나가면 누군가 자신에게 나쁜 짓을 할 거 같은 기분에 사람만 보면 숨이 안 쉬어졌단다.
결국 폐쇄병동에 입원했다. 사실 입원시키는 것도 쉽지 않았었다. 폐쇄 병동을 입원하고 나서 센터 선생님들과 부모님 원망을 하기도 했지만 집중치료를 받으면서 안정감을 찾아갔다. 상담 선생님과 상담을 하였는데 “서영이는 뭘 위해 사니? ” 이렇게 물으셨을 때 멍했단다. 한 번도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을 안 해 봤기 때문이었다. 또 자신의 장점 3가지를 써보라고 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장점은 없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도 너무 무섭고, 자신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그저 시간만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한다. 그러다 하루에 자신의 장점을 3가지씩 쓰기 시작했다. “나는 착하다, 나는 잘 웃는다, 나는 글을 좋아한다” 이렇게 장점을 써 가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고,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일기를 쓰면서 하루에 한 번씩은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 더 이상 사람이 많아도 공황 장애도 오지도 않고, 개방병동으로 가게 되면서 검정고시 공부에 매달렸다. 병원에 있는 동안 센터 선생님은 서영이의 검정고시 공부를 위해 인터넷강의와 검정고시 교재, 학습 멘토를 지원했다. 공부를 하면서 모르는 것은 간호사 선생님께도 물어봤단다. 퇴원 후 검정고시 시험을 봤는데 합격이다.
자기가 이렇게 합격할 지 몰랐는데 그 결과에 엉엉 울었단다.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단다. 처음에는 정말 자기가 죽을 거 같고 죽어야 할 존재였던 거 같았는데,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자기가 많이 바뀌었단다. 서영이는 이제 센터를 매일 나오면서 대학 입시를 준비중에 있다.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자신이 대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랜다. 검정고시 합격을 하면서 대학과 하고 싶은 공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품고 있다. 그동안 자신은 행복을 느끼는 아이여서는 안 된다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 엄마랑 잠깐 바람을 쐬러 다녀와서는 그 순간이 좋았다면서 이제 그 행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단다. 서영이는 요즘 센터에서 자기 집 만드느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록 미니어쳐이지만 기둥을 세우고 지붕도 올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보라색 의자와 핑크색 침대에 헬로키티 베개까지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하나씩 장만 중이다. 이제 집이 제법 멋지게 보인다. 그 집들이가 기대된다. 서영이도 이제 주춧돌을 쌓고 기둥을 세우며 마음의 집을 튼튼하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